최근 검찰의 보완수사권이 폐지되면서 우리 형사사법체계는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다. 오랫동안 막강한 권한을 행사해 온 검찰은 직접수사 기능을 대부분 내려놓게 되었고, 수사의 중심축은 경찰로 이동하였다. 이는 단순한 권한 조정이 아니라 국가형벌권의 행사방식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역사적 개혁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어떠한 제도개혁도 장점만 존재하지는 않는다. 권한의 분산은 권력 남용을 방지하는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수 있지만, 동시에 새로운 권한을 가진 기관에 대한 통제장치가 미흡하다면 또 다른 인권침해의 가능성이 발생할 수 있다.
이제 국민의 시선은 경찰로 향하고 있다. 경찰은 막대한 수사권을 행사하는 기관으로 자리매김한 만큼, 무엇보다도 인권 중심의 수사문화를 정착시켜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지속적인 인권교육은 물론, 외부의 독립적인 감독과 견제, 그리고 수사의 투명성을 확보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함께 마련되어야 한다. 권한에는 반드시 책임이 따라야 하기 때문이다.
반면 검찰 역시 새로운 역할을 모색해야 한다. 과거와 같은 수사기관 중심의 사고에서 벗어나 공익의 대표자로서 본연의 법률전문가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 검사의 사명은 유죄를 만들어내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객관적인 법률가로서 실체적 진실을 발견하고 피해자와 피의자를 포함한 모든 국민의 인권을 보호하는 데 있다. 이제 검찰은 권력기관이 아니라 법치주의를 실현하는 공익기관으로 거듭나야 할 것이다.
법원의 책임 또한 더욱 무거워질 것으로 보인다. 형사재판은 국가형벌권 행사의 최후 보루이다. 따라서 죄형법정주의를 근간으로 하는 무죄추정의 원칙, 검사의 입증책임의 원칙, 증거재판주의의 원칙은 그 어느 때보다 철저하게 지켜져야 한다. 법원은 공판 중심의 심리를 통해 적법하게 조사된 증거만을 토대로 판단하고, 어떠한 편견이나 선입견 없이 중립성과 공정성을 유지하여야 한다.
이러한 변화는 변호인의 역할도 크게 확대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형사재판에서 피고인의 방어권은 더욱 적극적으로 보장될 것이며, 변호인들은 위법수사와 증거능력, 증명력에 대한 치열한 법적 다툼을 이어갈 것이다. 검사의 입증책임이 엄격하게 요구되는 만큼, 앞으로는 무죄판결이 지금보다 증가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이는 범죄자가 늘어난다는 의미가 아니라, 형사재판이 더욱 엄격한 증명과 적법절차에 따라 운영된다는 의미로 이해하여야 한다.
형사사법제도의 궁극적인 목적은 어느 한 기관의 권한을 강화하거나 약화시키는 데 있지 않다. 국가형벌권을 적정하게 행사하면서도 국민의 자유와 인권을 최대한 보장하는 데 그 본질이 있다. 검찰권 축소가 성공적인 개혁으로 평가받기 위해서는 경찰·검찰·법원·변호인이 각자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서로를 견제하면서 균형을 이루는 성숙한 형사사법체계가 구축되어야 한다.
권력은 분산될수록 민주주의는 건강해질 수 있다. 그러나 권한이 분산되었다고 해서 인권까지 자동으로 보호되는 것은 아니다. 제도의 성공 여부는 결국 이를 운용하는 사람들의 법치주의에 대한 신념과 국민의 기본권을 얼마나 존중하느냐에 달려 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또 다른 권력기관이 아니라, 국민의 인권을 최우선으로 하는 형사사법제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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